소소한 이야기

후쿠오카 급식 사건으로 본 일본 교육 급식의 문제점

dawn11 2025. 6. 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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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초등학교에서 제공되는 급식의 질이 저하되었다는 '부실 급식'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4월 후쿠오카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밥과 국, 닭튀김 한 조각만으로 구성된 급식 사진이 SNS를 통해 확산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는 30년 만의 최고 수준의 물가 상승과 식자재 가격 급등, 그리고 수년간 동결된 급식비가 지목됩니다. 일본의 학교 급식은 전후 아동의 영양실조 해결을 위해 시작되어 '쇼쿠이쿠(食育, 식교육)'라는 교육적 역할까지 담당하며 발전해왔으나, 현재는 재정적 압박과 인력 부족 등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급식의 질 저하뿐만 아니라 메뉴에서 특정 식재료가 제외되거나 밥 대신 빵이 제공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부실 급식 논란

2025년 상반기, 일본의 여러 초등학교에서 부실 급식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며 학부모와 사회의 큰 우려를 낳았습니다.

후쿠오카 '닭튀김 1조각' 급식 사태
가장 큰 논란이 된 사례는 후쿠오카시의 한 시립 초등학교에서 제공된 급식입니다. 해당 급식은 밥, 된장국, 우유, 그리고 반찬으로 닭튀김(가라아게) 한 조각이 전부였습니다. 이 급식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자 "성장기 아이들에게 너무하다", "너무 초라하다"는 비판이 쇄도했습니다

 

이에 후쿠오카시 교육위원회는 해당 급식이 시의 기준 열량(600㎉)을 충족하는 620㎉이며,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그릇이 커서 상대적으로 닭튀김이 작아 보였을 뿐"이라고 덧붙여 여론의 더 큰 분노를 샀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다카시마 소이치로 후쿠오카 시장은 "충격과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한 예산 편성과 전문가 중심의 개선 프로젝트 시작을 약속했습니다.

기타 지역의 부실 급식 사례
후쿠오카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보고되었습니다. 도쿄 미나토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반찬으로 작은 생선구이 한 마리만 제공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또 한 번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일본 학교 급식 시스템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부실 급식의 근본 원인

최근의 부실 급식 논란은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물가 상승과 식자재비 부담
일본은 현재 30년 만에 최고 수준의 물가 상승을 겪고 있으며, 특히 쌀값은 1년 새 두 배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식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존 예산으로는 양질의 급식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파나 파슬리 같은 채소 사용량을 1g 단위로 줄이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위의 고기로 대체하는 실정입니다. 심지어 쌀밥 제공 횟수를 줄이고 빵을 배식하는 지자체까지 등장했습니다. 엔저 현상 장기화로 소고기 같은 식재료는 아예 식단에서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동결된 급식비와 재정 압박
일본의 학교 급식비는 상당 부분 학부모가 부담합니다. 후쿠오카시의 경우, 초등학교 급식비는 10년째 동결된 상태였습니다. 1인당 급식 단가는 약 290엔(약 2,700원)으로, 이 중 학부모가 240엔가량을 부담합니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급식비는 그대로여서 시는 부족분을 공공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보전액은 3년 전에 비해 3배나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재정적 압박이 결국 급식의 질 저하로 이어진 것입니다.

구조적 문제: 인력 부족과 운영 합리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는 급식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안전하고 질 좋은 급식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전문 인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여러 학교의 급식을 한 곳에서 조리하는 '공동조리장' 방식과 조리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는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2023년 히로시마에서 급식 위탁업체가 경영 악화로 갑자기 운영을 중단해 13개 현 64개 학교의 급식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일본 학교 급식의 역사와 역할

현재의 위기와는 별개로, 일본의 학교 급식은 오랜 역사 속에서 아동의 건강 증진과 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빈곤 아동 구제에서 전국적 제도로
일본 최초의 학교 급식은 1889년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의 한 사립초등학교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무상으로 점심을 제공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초기 급식은 빈곤 아동 구제를 목적으로 운영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식량 부족으로 중단되었습니다.

전후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아동들을 구제하기 위해 미국 등 연합국의 원조 물자(라라 물자)를 받아 1947년부터 전국적으로 재개되었습니다. 이후 1954년 '학교급식법'이 제정되면서 국가가 재정을 보조하는 현재의 틀이 마련되었습니다.

교육의 장, '쇼쿠이쿠(食育)'
2008년 학교급식법이 개정되면서 급식의 목적은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 '쇼쿠이쿠(食育, 식교육)'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식습관, 음식에 대한 감사함, 식문화의 이해 등을 가르치는 전인적 교육을 의미합니다. 학생들은 직접 배식하고 정리하는 과정에 참여하며 협동심과 책임감을 배웁니다. 또한,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2021년 기준 초·중학교의 90% 이상) 한 달에 한 번은 다른 나라의 음식을 제공하며 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힙니다.

현행 제도의 과제와 한계

일본의 학교 급식은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여러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구분주요 내용출처

 

영양 및 메뉴 탄수화물, 염분, 설탕 위주의 식단이라는 비판이 있으며, 과일, 채소, 육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음.  
알레르기 대응 알레르기, 채식, 종교적 이유 등 특별 식단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여 해당 학생은 도시락을 싸와야 함.  
아동 빈곤 저소득층 아동에게 학교 급식은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식사일 수 있어, 급식의 질 저하는 영양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음.  
강제적 분위기 음식을 남기지 못하게 강요하는 문화로 인해 일부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거나 건강 문제를 겪는 사례가 발생.  
 

특히 아동 빈곤 문제와 관련하여 학교 급식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일본의 아동 상대적 빈곤율은 선진국 중에서도 높은 편이며, 이는 아동의 식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급식의 질 저하는 단순히 '부실한 한 끼'를 넘어 아동의 건강과 성장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에서는 급식비를 무상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나, 재원 확보 문제로 전국적인 확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